변하지 않고 과거에 머무는 모든 것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외계의 생명체들이 대거 등장하죠. 픽션 속의 이 경이적인 존재들은, 단백질 기반 유기체가 아니라 외관상 금속의 육신을 지닌 생명체이기에 더 놀랍습니다. 막연한 선입견으로는 우리 지구상에서 벌어진 진화의 산물들와 같은, 유연한 재질의 원소가 세포와 근육과 조직계 대부분을 차지해야 "트랜스포밍"이 더 쉬울 듯도 한데 결과는 저리 정반대이니 말입니다.일본은 1980년대까지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도취되어 위험한 자기만족에 빠져 고립된 갈라파고스의 덫에 빠지는 실수를 자초했습니다. 그 마뜩지 않은 결과를 두고 자신들도 흔히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라 일컫습니다.이 책은, 한때의 판단 미스로 과거의 영화를 잃은 그들이 어떻게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도모하는지, 경영 최일선의 다양한 노력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전개되는 중인지 사례 중심으로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경영 이론을 공부할 때 초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용어의 난해함인데, 난해함보다는 "낯섦"이 더 정확한 지적이겠습니다. "낯섦"은 경영현장을 몸소 접해 보지 못한 입장에서 더 큰 난처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걸 극복하려면 이 책처럼 사례 중심으로 친절히 구성된 텍스트를 보며, 살아 있는 맥락 속에서 경영 용어가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를 살펴 나가는 게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매몰비용(sunk cost)은, 흔히 우리가 당장 떨쳐 버려야 할 과거에의 집착이라고 규정합니다. 과거에 얼마나 특정 과제에 돈을 쏟아 부었건 간에, 이미 이윤이 창출 못 된다는 전망이 확실해지면, 그 돈은 그냥 날린 돈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이 지극히 타당한 "말"을 실천할 만큼 독한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컨설팅할 때 흔히 제3자의 훈수로써 사장님들에게 속 편히 건네는 말이 "매몰비용은 포기하세요."인데, 말이 암만 맞아도 경험 없는 회계사가 남 말 하듯(물론 남 일이지만) 이런 충고를 감정 없이 전달하면 어느 경영자도 곱게 안 받아들입니다.그런데 이 책 1장에서 소개된 미스미의 사례는, 일선에서 흔히 보는 그런 전형적인 의견 충돌, 설득력의 한계 지점에서, 사에구사라는 사려 깊은 내부인이 어떻게 사내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다른 이들도 그랬고 사에구사 역시 처음에는 매몰비용이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곪은 섹터를 실사해 보니, 그 정도가 아니라 추가로 "일실이익"까지 발생하더라는 겁니다. 이처럼 한 성원의 시각에 의해 "구조적 모순, 병폐"가 발견되어도, 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섹터에서 문제 의식에 동조하고 어떤 공명이 일어나 주기까지 해야 혁신의 건강한 흐름이 전사(全社)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실제로 관리직 이상의 지위에 올라 봐야 "원가의 정확한 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책 p163이하에는, "... 많은 이들이 경리를 전문직의 업무로만 인식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때 "전문직"이란 뜻은, 언제나 정해진 틀에 의해서만 반복 수행되며, 다른 부서에서 애써 들여다보거나 감독하거나 개선 의견을 낼 필요가 없는 잡무"란 의미도 살짝 포함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잘못된 통념에 단호히 반대하며, 허술하게 봐 넘기거나, 어떤 혁신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없는 분야가 결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기는커녕, 사실 원가회계(관리회계)는 재무회계와 달리, 관점과 시야에 따라 큰 폭의 가감이 작용할 수 있는, 대단히 큰 폭의 주관이 끼어들 수 있는 분야지요. 유능한 경영자는 바로 이 "원가"를 보는 눈이 다르기에 회사의 업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원가는 "올바른 원가"와 "부정확한 원가"가 얼마든지 나뉘어지는 영역입니다.이것 관련하여 책에는 중요한 개념이 또 나옵니다. 이른바 ABC라고 하는 건데, activity based costing의 약어입니다. 왜, 일선에서 뛰는 자영업자들도 "팔면 팔수록 더 손해"라는 말을 하곤 하죠. 원가를 어느 "활동"에 배분하느냐를 정확히 가려야 하는데,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듯한 비용이, 알고 보면 특정한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활동"에 일일이 연계되기도 했던 겁니다. 이걸 그 연계를 맺은 상품, 섹터에 분배를 적절히 해 줘야, 비로소 그 상품이 과연 얼마나 회사에 이윤을 안겨 주는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분명 효자 상품 같은데 이상하게 "남는 게 없다"면, 그건 그 회사가 원가 배분을 잘 못하는 겁니다. 반대로, 알게모르게 회사의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상품도, 이 원가를 제대로 계상 안 하면 마치 천덕꾸러기 노릇이나 하는 듯 착시를 유발하여, 마침내 생산 라인에서 퇴출될지도 모르는 거죠. 복덩이를 발로 차고 애물단지를 끌어안는 경우가 안 생기려면, 이처럼이나 "올바른 원가"를 측정하는 단계가 중요합니다.1980년 로버트 캐플런이 이 개념을 제시한 게 그 시초라고 하니 무려 40년이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헌데 이 책의 주인공(회사)인 미스미社를 비롯, 여느 회사에서 왜 아직도 실무에서 정착을 못 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시행비용"과 "사원의 저항"입니다. 실제로 어느 조직이건 외부에서 과감한 혁신의 메스를 들이대려 해도, 이런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관행과 루틴에 대한 근거 없는 구성원들의 집착입니다. 그들은 이런 혁신이 가해질 때, 임금은 그대로이면서 노동 강도만 세어진다고 여기는 거죠. 조직이 종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내어야 궁극적으로 피용인의 복리와 후생도 나아질 수 있음을 외면한, 개탄스러운 단견이자 인습이라고 하겠습니다.일본의 도요타는 지금도 그렇지만, 일개 패전국의 제조업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영토와 자원, 인력을 지닌 국가 심장부에서 보기 좋게, 기간 산업인 자동차 분야를 공략해서 대성공을 거둔 게 실로 경이로운 업적이라고 평가 받습니다. 그 원인이라면 여태 경영학자들이 다양한 의견과 분석을 내어놓았지만, 하나를 꼽자면 현장에서 숙련 고참 노동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보통 대기업(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나 노조를 두고 "귀족"이라고 비꼬는데, 이것도 엄밀히 경우를 가려서 봐야 합니다. 해당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엄연히 높은 생산성을 현장에서 발휘하고 있고, 암묵지나 노하우가 타 인력으로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사람들은 그런 높은 임금을 받아 마땅한 거고 이는 가장 보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도 정당화될 뿐입니다.이 책 역시, 정확함과 간편함 사이에서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지, 혹은 적절한 골디락스 포인트를 잘 짚어 중용의 길을 걸을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는 거죠. "최고 경영자가 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 실현할 사람(관리직)이 없다면, 그는 일일이 현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하 직원의 창의성, 자율성을 빼앗는 결과로, 오히려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을까?" (p189) 저자가 내놓은 답은 "터치 앤 고"입니다. 요컨대, CEO는 현장이 자기 생각대로 잘 돌아가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하며(touch), 단 이제 괜찮게 시정되었다 싶으면 미련을 갖지 말고 즉시 현장을 떠야 한다(go)는 거죠. 명쾌하지 않습니까?어느 나라나, 또 어느 산업 섹터에나, 최상위 레벨에 속한 원청사가 있고 그로부터 하청을 받아 움직이는 이른바 "협력 회사"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아예 이런 회사를 흡수 합병하거나 직속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어 "수직 계열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외부에 계속 머물게 하여 인건비나 기타 위험 부담을 헷징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일률적으로 뭐가 맞다 틀리다를 결정하기 힘든 문제이며, 해당 산업의 경기나 구조, 국가의 상황(법제나 문화 등), 기업의 자금 여력이나 노사 정책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야만 합니다.사에구사 씨는 다음과 같이 마음 먹습니다."그룹 내에 제조 기능을 보유하지 않으면 미스미의 성장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이건 앞에서 제가 말한 "수직계열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바꾼 겁니다. 그는 곧이어 외부에서 인수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데, 부서 하나를 새로 꾸리는 것만큼이나 난감한 과제입니다. 마땅히 경쟁력과 건실함을 갖춘 기업이 있기나 한지, 있다고 한들 "적정 가격 매수"에 응해 주기나 할지... 재미를 못 보는 경영자라 해도 누가 내 물건에 눈독 들인다는 걸 눈치챈 그 순간부터 배짱을 튕기기 일쑤이니 말입니다."근친증오"라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맨날 가까운 데서 얼굴 보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사람들끼리 오히려 더 지겨워한다는 겁니다. 저는 예전에 배구 선수(여성)들이, 시즌이 끝 나고 밤에 클럽에 갔는데 웬 키가 훤칠한 남성(여자 배구 선수 눈에 훤칠하게 보이기란 정말 힘들죠)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다가, 역시 비슷한 시기에 경기를 마치고 놀러온 "동종업자" 남자 배구 선수들인 줄 깨닫고 바로 돌아섰다는 말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 남자 배구선수들도 그저 키만 큰 게 아니라 인물 준수한 이들이 요즘은 많습니다(그 정도가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낫고, 연예인 급들도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선수들이 저런 반응을 보였다는 사례에서, 사람 마음이나 선호, 심리가 참 가닥이 복잡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약에 전혀 여태 다른 분야에서,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특정 기업과 합치려 든다면 그저 새로운 분위기 일신 때문에라도 반기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허나, 지금까지 얼굴 부대끼고 가격 깎고 실랑이하던 달갑지 않은 기억만 쌓인 상태에서 합친다는 게 그저 불쾌한 분위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윈윈인데, 그 기분이나 감정이란 게 뭔지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래서 사람 다루는 일, 마음을 맞추는 일이 실로 고차방정식이라는 겁니다. 여튼 사에구사 씨의 깊은 고충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저는 서문을 건너뛰고 바로 본문부터 읽었는데요. 책은 사례나 경험담, 혹은 "생존기"만 시간 순으로 길게 나열한 게 아니라,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 하듯이 도표, 박스 등을 써서 "교훈화, 명제화"로 정리합니다. 이러니 독자 입장에서 확실히 내용 정리하기가 쉽죠. 그런데 어쩌면 너무도 교과서적인 체제에 이야기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실화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꾸민 경영서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거 실화임?"하고 놀라게 되었는데요. 책 서문에는 "단 한 글자도 진실 아닌 게 없으니 그대로 출판해 달라"며 비장한 소회를 표명한 저자의 말씀이 다시 나옵니다.한 개인의 가정도 그렇고, 일정 규모 이상만 되어도 합리적으로 경영하기, 사원들 감정 안 다치고 운영해 나가기가 이처럼 어렵습니다. 경영인으로 크게 성공한 분이 이후 정계에 진출하여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려 나서는 것도, 이런 조직을 맡아 이끌어 본 경험이 그 사람의 그릇 크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아주 쉽지는 않으나, 따지고 보면 어려운 건 책이 어려운 게 아니라 경영 실무 그 자체가 어려운 겁니다. 실화라서 더욱 놀라운 한 기업의 성공기, 생존기".읽기에만 편하고 읽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여타의 책들과 너무나 대조되는 알찬 책이니 꼭 한번 읽어 보십시오.
록히드마틴과 미 국방대학교, NASA의 고다드 연구소를 비롯해 포천 선정 100대 기업의 근로자와 미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온 ‘질문사고QuestionThinking™’의 창시자 마릴리 애덤스가 ‘질문사고’의 핵심들을 알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담은 책이다.
‘질문사고’는 숙련된 질문을 통해 사고와 행동, 결과를 변화시키는 도구들의 체계로, 여기서 말하는 질문에는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은 물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도 포함된다. 저자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질문이 갖는 위력을 보여준다.
추천의 말
책머리에
누구에게나 위기는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두 갈래 길, 그리고 선택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내면의 새로운 눈과 귀인 발견
발 걸려 넘어지는 곳에 보물이 있다
마술 같은 질문의 힘
마침내 열린 돌파구
때론 근심을 나눠갖는 용기도 필요하다
위대한 결과는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질문사고 워크북
책을 마치며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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